
시실리안 디펜스 개요
시실리안 디펜스 (Sicilian Defense)
시실리안 디펜스는 1.e4에 흑이 1...c5로 대응하는 오프닝을 말한다. 시실리안은 마스터 데이터베이스 상으로 1.e4에 대응하여 가장 많이 선택되는 오프닝이다. 19세기 영국의 체스 선수이자 교육자인 제이콥 새럿이 이 오프닝을 ‘시실리안 디펜스’라는 이름으로 표준화하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시실리안 디펜스가 마스터에게 선호되는 이유는 먼저 시실리안에는 바리에이션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마스터 플레이어들은 방대한 양의 오프닝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초반 수순은 오프닝 지식에 따라 두고 알지 못하는 부분부터 플레이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정해진 라인을 정확히 따라가야 하는 오프닝보다 도중에 양쪽이 선택할 수 있는 라인이 많아 자신의 선호나 스타일대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실리안이 매력적인 오프닝인 것이다. 반면 초보자들에게는 쉽사리 추천되지 않는 오프닝이기도 한데, 오프닝 이론이 많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라인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실리안이 흑의 가장 공격적인 옵션이면서 동시에 양쪽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데에 있다. 양쪽이 대칭된 구조를 가진 게임은 서로가 뚜렷한 강점이나 약점이 없기 때문에 조그만 이점을 위해서 싸우게 되고 상대적으로 지루하다. 반면 시실리안 디펜스는 1.e4에 1...c5를 두면서 시작부터 양쪽의 구조에 큰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백의 장점과 흑의 장점이 서로 다르고 명확한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가지고 양쪽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승리를 위해 플레이한다는 것이 시실리안 디펜스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1.e4 c5
흑이 c5를 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백의 d4를 막기 위함이다. 어느 오프닝에서든 백은 e4와 d4를 모두 두고 싶어한다. 따라서 흑이 그러한 백의 계획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처음 수를 결정한다. e5(오픈 게임)와 c5(시실리안 디펜스)는 d4칸을 컨트롤함으로써 직접적으로 d4가 나오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어준다. 만일 백이 d4를 두면 폰 교환 이후 백퀸이 d4칸에 오게 되는데, 그러면 흑은 Nc6로 백퀸을 위협하면서 템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e5(오픈게임)와 c5(시실리안 디펜스)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e5와 c5는 공통적으로 d4를 막는다는 공통적인 의도가 있지만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포지션의 성격은 많이 다르다. 먼저 e5는 퀸과 비숍의 길을 여는 적극적인 수이다. 동시에 백이 e4를 했을 때 흑도 e5를 두었기에 말 그대로 대등한 포지션을 가져간다는 의미가 있다. 흑이 킹사이드 캐슬링을 하는 것도 쉬운 편이다. 나이트를 Nf6로 꺼내고 비숍을 원하는 위치로 전개하고 캐슬링하면 된다.
이와는 대비되게 c5는 기물의 전개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소극적인 수이다. 어느 비숍의 길도 열리지 않았고 퀸의 대각선이 열렸다고는 해도 대각선이 중앙이 아니라 사이드를 향하고 있고 애초에 퀸은 오프닝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흑은 백보다 한 수 늦게 둔다는 점 때문에 템포에서 밀린다는 단점이 있는데, 시실리안의 이러한 특징은 흑의 느린 템포를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킹사이드 캐슬링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흑으로서는 c5를 두었기 때문에 퀸사이드 캐슬링을 하는 것은 어색하고 킹사이드 캐슬링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오픈 게임과는 달리 Nf6를 두면 이번에는 백이 e5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이렇게 나이트가 쫓겨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흑은 먼저 e5로 나이트가 밀려나는 것을 방지한 다음에 Nf6를 두어야 한다. 직접적으로 e5칸을 컨트롤해서 방지하는 방법이 있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방지하는 방법이 있다.
그 다음으로는 어두운 비숍을 어떻게 전개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오픈게임과는 다르게 비숍의 길이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폰을 한번 더 움직인 다음 비숍의 위치를 정해야 한다. 여기도 선택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흑은 e폰을 밀어서 중앙으로 비숍의 길을 열 것인지, 아니면 Bg7으로 피앙케토하여 비숍을 사용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나이트와 비숍의 전개를 모두 끝마쳐야 캐슬링을 할 수 있다.
다만 시실리안에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실리안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흑이 중앙에서의 폰 우위를 가진다는 점에 있다. 결국 백은 d4를 통해 자신의 d폰과 흑의 c폰을 교환하는데, 이를 통해서 중앙을 열지만 백은 중앙 폰이 하나, 흑은 두 개를 가지고 있다. 즉 흑은 근본적으로 백보다 나은 폰 구조를 가지고 게임을 하게 된다. 만약 흑이 주도권을 대등하게 가져갈 수 있다면 이는 흑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흘러가게 된다.
따라서 백으로서는 흑이 가지고 있는 느린 템포의 약점을 극대화하여 최대한 빨리 전개를 마치고 중앙을 열어서 주도권을 가져가 공격하는 것, 흑으로서는 백이 빠른 전개를 이용하여 공격으로 이어나가기 전에 무사히 캐슬링을 마치고 최대한 백이 가진 주도권을 활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전개를 끝마쳐 더 나은 폰 구조를 가지고 대등한 포지션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시실리안에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존재한다. 이 중 백의 선택에 따라서 시실리안의 갈래는 오픈 시실리안(Open Sicilian)과 안티 시실리안(Anti Sicilian)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오픈 시실리안은 백이 두 번째 수로 2.Nf3를 두고, 이후 세 번째 수로 3.d4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이런 수순이 아닌 다른 수를 두었을 때는 안티 시실리안으로 본다.
오픈 시실리안의 아이디어는 결국 백이 d4를 치고 싶어한다는 데 있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이 바로 d4를 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Nf3로 d4를 지원해주고, 폰 교환이 일어났을 때 나이트로 잡겠다는 의도이다. 그 이후 흑이 두는 수에 따라서 오픈 시실리안의 갈래가 다시 나뉘어진다. 흑이 두는 수로는 2...d6, 2...Nc6, 2...e6가 있다.
이중 2...d6는 모던 라인, 2...Nc6가 올드 라인, 2...e6는 프렌치 디펜스에서의 폰과 같다고 프렌치 바리에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d6, Nc6, e6 시실리안으로 많이 부르는 편이다. 왜냐하면 이후에 오픈 시실리안에서 다시 오프닝이 세부적으로 나뉘어지기 때문이다. 2...d6와 2...Nc6는 e5 지점을 컨트롤한다는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흑은 빠르게 캐슬링을 하고 싶어하는데 그러면 Nf6를 두어야 하고, 그 때문에 먼저 e5 전진을 막아두기 위하여 d6 또는 Nc6를 두는 것이다. (백의 f3 나이트가 e5를 지원해주고 있는 것 같아도 폰 교환 이후 나이트가 d4로 이동된다.) 2...e6는 e5 지점을 컨트롤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다른 성격을 갖는데, 이후에 백이 d4를 두어 폰 교환이 일어나고 Nf6가 나왔을 때 백이 e5를 둔다면 Qa5+로 포크를 하겠다는 의도이다. 따라서 e5를 간접적인 방식으로 막고 있다.
다만 백이 Nc3만 두더라도 Qa5+가 막혀버리기 때문에 다시 e5를 신경써줘야 한다. 이때 보통 Nc6나 Qc7을 둬서 e5를 막는 편이다.
2...d6, 2...Nf6, 2...e6 중에 하나를 두었다면 백은 3.d4를 통해 중앙으로 폰을 올린다. (여기에서 오픈 시실리안으로 결정이 된다.) 흑은 가만히 놔두면 백이 dxc5하면서 d파일을 열고 퀸교환으로 캐슬링을 무너뜨릴 것이기 때문에 먼저 3...cxd4를 해준다. 사실 측면 폰과 중앙 폰을 교환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흑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교환이다. 그러면 백은 4.Nxd4를 통해 중앙에 나이트를 배치시키고 전개를 이어나간다.
흑이 두 번째 수로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모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것이 오픈 시실리안의 시작 포지션이다.
★ 2...d6와 2...Nc6의 차이
본격적으로 오프닝 트리로 넘어가기 전에, d6와 Nc6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옵션을 남겨놓을지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2...d6 오픈 시실리안에서는 나이트의 위치를 Nc6로 확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Nd7-Nc5로 전개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즉 나이트를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상황을 봐 가면서 그냥 Nc6를 두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나이트의 전개를 미룸으로써 템포 하나를 벌어간다는 측면에 있는데, d6와 Nc6를 모두 하는 시실리안 클래시컬(Sicilian Classical)에서 Nc6를 두지 않음으로써 얻은 템포 하나를 다른 수에 사용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2...Nc6 오픈 시실리안에서는 흑이 d5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2...d6를 선택했을 때에는 d5를 두기 위해서는 d6-d5로 총 2번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두 번째 수에서 2...Nc6를 선택했다면 d5를 두는 데 한 수만 걸린다는 장점이 있다.
흑에게는 d5가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수이다. 시실리안에서 흑은 d폰을 쉽게 밀기 어렵고 따라서 뒤쳐져 있는 d폰이 잠재적인 약점이 된다. d5를 통해 흑의 d폰과 백의 e폰을 교환할 수 있다면 포지션의 문제가 상당히 해결되고 흑만 중앙 폰을 가진 상태로 게임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백으로서는 흑의 d5를 저지하는 것이 하나의 유효한 전략이 된다.
오프닝 트리
1) 2...d6 오픈 시실리안
2...d6로 들어가는 오픈 시실리안에서는 이 다음으로 두는 수가 정해져 있다. 바로 4...Nf6이다. 애초에 두 번째 수로 d6를 두었던 이유가 이 Nf6를 준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흑은 빠르게 킹사이드 기물들을 전개하고 캐슬링을 하고 싶다.
4...Nf6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e4폰을 공격해서 백이 5.Nc3로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e4폰을 지키는 데에는 Nc3 말고도 다양한 수가 있지만 각각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Nc3로 지키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수이다. 흑이 Nc3를 끌어당기는 이유는 백이 c4를 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만일 흑이 4...Nf6를 하지 않으면 백에게 5.c4를 치는 옵션이 생겨난다. 이렇게 e4와 c4의 폰 두 개가 d5를 강하게 컨트롤하는 폰 구조를 마록지 바인드(Maroczy Bind) 폰 구조라고 한다. 사실 흑은 두 번째 수로 d6를 두었다고 하더라도 d5를 칠 수 있으면 언젠가 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록지 바인드에서는 사실상 d5가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흑은 이런 구조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4...Nf6로 5.Nc3를 끌어당기고 c폰의 전진을 막는다.
따라서 이 포지션이 2...d6 오픈 시실리안의 오프닝이 진짜로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흑의 선택에 따라서 바리에이션이 크게 4가지로 나뉘어진다.
5...g6를 하면 시실리안 드래곤 (Sicilian Dragon),
5...e6를 하면 시실리안 스헤베닝겐 (Sicilian Scheveningen),
5...a6를 하면 시실리안 나이도프 (Sicilian Najdorf),
5...Nc6를 하면 시실리안 클래시컬 (Sicilian Classical)이다.
1-1) 시실리안 드래곤 (Sicilian Dragon)
5...g6
흑의 킹사이드 폰 구조가 별자리 중 용 자리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드래곤이라는 명칭이 생겼다. 흑이 g6를 두면서 어두운 비숍을 Bg7으로 피앙케토하여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각각의 수의 의미가 명확하지만 이론과 강제수가 많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형의 오프닝이다.
시실리안 드래곤에서 백은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지만 가장 유명하고 효과적인 방식은 유고슬라브 어택(Yugoslav Attack)이다. 유고슬라브 어택은 백이 Be3와 Qd2로 배터리를 만들고 퀸사이드 캐슬링 후 킹사이드에서 폰 스톰을 시도하는 전략이다.
흑으로서는 킹사이드에서 오픈 파일이 만들어지면서 굉장히 날카로운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정확한 대응을 모른다면 당하기 쉽고, 때로는 기물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백의 공격을 막아야 한다. 유고슬라브 어택은 시실리안 드래곤 유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라인이고 그렇기 때문에 1순위로 공부하는 라인이기도 하다. 반대로 백으로 오픈 시실리안을 두는 유저라면 드래곤 상대법으로 유고슬라브 어택을 공부하는 게 굉장히 효과적이다.
1-2) 시실리안 스헤베닝겐 (Sicilian Scheveningen)
5...e6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스헤베닝겐 구의 이름을 딴 오프닝이다. 1923년 스헤베닝겐에서 열린 체스 토너먼트에서 사용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흑이 e6로 Be7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중앙 폰을 소극적으로 사용하지만 약점이 없는 견고한 폰 구조로 들어간다. 흑은 e폰을 밀 때 e6와 e5의 두 가지 선택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중앙을 차지하고 d4 나이트를 위협하면서 템포를 버는 e5가 더 선호되지만 e5는 d5칸이 아웃포스트가 된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아웃포스트란 상대의 양쪽 폰이 모두 전진해서 더이상 폰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칸을 의미한다. 따라서 아웃포스트에 기물을 배치하면 상대는 폰으로 쫓아낼 방법이 없다. 흑의 e6는 중앙을 덜 차지하는 대신 백이 d5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아이디어이다.
시실리안 드래곤에 유고슬라브 어택이 있다면 시실리안 스헤베닝겐에는 케레스 어택(Keres Attack)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케레스 어택은 6.g4를 통하여 시작되는 백의 강력한 대응으로, 사실상 이 라인 때문에 5번째 수에 5...e6를 두어 들어가는 오리지널 스헤베닝겐은 마스터 레벨에서 거의 멸종하게 되었다. 대신 5...a6를 두어 시실리안 나이도프로 들어가고 그 다음에 6...e6로 스헤베닝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이 방식은 5...a6를 두었을 때는 밝은 비숍의 길을 막지 않아 백이 바로 6.g4를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생겨난 아이디어이다.
케레스 어택에서는 백의 g5를 허용하면 흑의 f6 나이트가 밀려나면서 훨씬 수동적인 칸에 위치하게 되는데, 흑이 이걸 막기 위해 6...h6를 두면 이후에 백이 원할 때 g5로 흑의 킹사이드 폰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흑은 빠르게 킹사이드 캐슬링을 하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이 때문에 흑킹은 미들게임 동안 캐슬링을 하지 못한 채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1-3) 시실리안 나이도프 (Sicilian Najdorf)
5...a6
시실리안 중 GM 레벨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동시에 가장 이론이 많은 시실리안이다. 이 라인의 이름은 폴란드계 GM Miguel Najdorf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체스 챔피언인 바비 피셔, 개리 카스파로프와 비스와나탄 아난드가 주무기로 사용했던 오프닝이다.
a6의 의도는 기본적으로 e5를 준비하는 수라고 볼 수 있다. 만약 흑이 다섯 번째 수에서 바로 5...e5를 둔다면 백이 6.Bb5+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흑은 a6를 통하여 백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b5칸을 막아둔 후 e5를 준비한다.
또 다른 의도는 a6가 기물의 전개를 보여주지 않는 기다리는 수라는 점이다. 즉 백이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지켜보고 그에 따라서 자신도 전개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시실리안 나이도프는 백이 6번째 수로 어떤 수를 두느냐에 따라서 수많은 바리에이션으로 갈라진다. (백의 가능한 진행이 15가지가 넘으며, 각각의 바리에이션이 어지간한 오프닝 이론 하나만큼의 완성도를 가진다.)
가장 많이 쓰이는 수는
6.Bg5 메인라인 (Main line),
6.Be3 잉글리시 어택 (English Attack),
6.Be2 클래시컬 (Classical),
6.Bc4 피셔-소진 어택 (Fischer-Sozin Attack) 등이 있다.
이 이외에도 h3나 g3와 같은 다양한 라인이 있지만, 위의 비숍을 움직이는 라인들만큼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흑으로 나이도프를 사용하고 싶다면 위의 4가지 라인을 포함해 9가지의 바리에이션을 알아두어야 하고, 백으로 나이도프를 상대한다면 그중 하나만 알아두면 된다.
1-4) 시실리안 클래시컬 (Sicilian Classical)
흑이 d6와 Nc6를 모두 두는 라인으로, 20세기 이전에 많이 두어졌던 바리에이션이다. 과거에는 주로 Nc6 이후 d6를 두는 수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론의 양이 적으면서도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초~중급자에게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스터 레벨에서는 2...d6 오픈 시실리안 중 나이도프 다음으로 많이 두어진다.
시실리안 클래시컬에 대한 백의 대응으로 6.Bg5로 시작되는 리히터-라우저 (Richter-Rauzer)가 있다. 6.Bg5를 두는 이유는 흑이 노리는 e5와 g6를 두기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이외의 라인은 흑에게 큰 불편함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시실리안 클래시컬은 대부분 리히터-라우저로 들어간다.
2) 2...Nc6 오픈 시실리안
2...d6 오픈 시실리안과는 다르게 백의 나이트와 흑의 나이트 사이에 긴장이 생겨나 있다. 다만 백이 먼저 나이트를 잡으면 흑은 bxc6 이후 강력한 중앙을 가지게 되고, 흑이 먼저 나이트를 잡으면 Qxd4로 백이 강한 중앙 컨트롤을 가져가기 때문에 서로 잡지 않고 나이트의 긴장이 그대로 유지된다.
또 다른 특징은 흑이 e5칸을 폰이 아닌 나이트로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에 4...Nf6 5.Nc3 이후 흑이 쓸데없는 수를 둔다면 Nxc6 이후 e5로 흑의 f6 나이트를 쫓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래쪽 액셀 드래곤 설명에 예시가 있다) e5는 Nc3 이후에만 둘 수 있는데, 백이 Nc3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시도를 한다면 흑이 Qa5+를 통해 폰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포지션에서 라인이 대표적으로 셋으로 나뉘어지는데,
4...g6로 피앙케토를 준비하는 시실리안 액셀 드래곤 (Sicilian Accelerated Dragon),
4...Nf6로 5.Nc3를 끌어당긴 뒤 5...e5를 하는 시실리안 스베시니코프 (Sicilian Sveshinikov),
바로 4...e5를 하는 시실리안 칼라시니코프 (Sicilian Kalashinikov)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4...e5 자체는 뢰벤탈(Lowenthal) 바리에이션이라고 하지만, 4...e5 이후 5.Nb5 d6로 이어지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를 칼라시니코프의 시작점으로 보기도 한다.)
이 라인들 중 스베시니코프가 백과 흑이 동등하고 강제수가 많으며 GM 레벨에서의 무승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백이 오픈 시실리안을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2-1) 시실리안 액셀 드래곤 (Sicilian Accelerated Dragon)
정확한 명칭은 시실리안 액셀러레이티드 드래곤이지만, 국내에서는 줄여서 액셀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편이다. 5번째 수에 g6가 나오는 일반 드래곤과 달리 4번째 수에 g6를 두기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흑이 4...Nf6로 5.Nc3를 끌어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백은 5.c4를 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겨난다. 또는 5.Nc3로 평범하게 이어나가는 진행 역시도 많이 사용된다. 백이 어느 쪽으로든 전개를 하면 흑은 Be7으로 피앙케토를 한 뒤 Nf6로 킹사이드 나이트를 전개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는데, 그건 왜 흑이 백의 c4를 허용하냐는 점이다. 어차피 나중에 Nf6로 킹사이드 나이트를 전개할 것이라면 먼저 두어서 Nc3를 끌어당기고 g6를 하면 되지 않는가?
그 이유는 위에 나와 있다. 4...Nf6 5.Nc3 g6를 하게 되면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이트 교환 후 e5를 허용한다.
이러면 흑의 나이트가 앞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뒤로 밀려나며 위치가 심히 불편해지기 때문에 흑으로서는 먼저 나이트를 꺼내고 g6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흑은 어쩔 수 없이 백이 c4를 치는 것을 허용하며, 백도 이 점을 이용하여 마록지 바인드 폰 구조를 만들고 게임을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진행이다. 다만 마록지 바인드를 할지는 백의 선택이며, 5.c4를 하지 않고 바로 5.Nc3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흑이 개선된 형태의 드래곤으로 들어간다.)
시실리안 드래곤과의 차이점은 흑이 d6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템포의 이득을 보고, 이 때문에 드래곤에서 백의 가장 효과적인 진행이었던 유고슬라브 어택이 액셀 드래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이 액셀 드래곤에서 유고슬라브 어택을 시도하면 흑은 빠른 d5로 중앙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백이 마록지 바인드로 게임을 진행하면 영역 이점과 중앙의 주도권을 백에게 내주기 때문에 마스터 레벨에서는 흑의 승률이 낮아 크게 선호되지 않는다.
2-2) 시실리안 스베시니코프 (Sicilian Sveshnikov)
소련의 GM Evengy Sveshnikov의 이름을 딴 오프닝으로, 이론이 많고 포지션의 불균형이 크다는 특징을 가진다. GM 레벨에서 시실리안 나이도프와 함께 가장 자주 사용되는 바리에이션으로 완성도가 높고 강제수가 많은 편이다. 매그너스 칼슨의 주무기이기도 한데, 2018 월드 챔피언십에서 칼슨은 파비아노 카루아나를 상대로 흑으로 한 7판 모두 스베시니코프를 시도했다. 다만 도중에 백이 스베시니코프를 피하기 위해 3.Bb5 로솔리모(Sicilian Rossolimo)라는 안티 시실리안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잦다 보니 흑으로 스베시니코프를 쓰기 위해서는 로솔리모에 대한 대비 역시 되어있어야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백이 Nc3를 둔 후에는 Nxc6 - e5 콤보가 있기 때문에 이를 5...e5로 원천봉쇄하는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다. 이 포지션에서 백이 둘 수는 사실상 6.Ndb5가 유일한 최선수인데, 나이트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 각각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흑은 b5에 있는 백의 나이트가 Nd6+를 통해 어두운 비숍과 교환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6...d6로 이어나간다.
이후에 백은 d5에 생겨난 아웃포스트를 활용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흑은 반대로 백이 d5 아웃포스트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2-3) 시실리안 칼라시니코프 (Sicilian Kalashnikov)
스베시니코프에서 4...Nf6을 두는 대신, 흑이 바로 4...e5로 중앙을 가격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 포지션은 뢰벤탈(Lowenthal) 바리에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어져 있다. 다만 뢰벤탈의 80% 이상의 게임이 칼라시니코프로 이어지다보니 여기를 칼라시니코프의 시작점으로 보기도 한다.
백은 나이트를 움직일 때 스베시니코프와 같이 5.Nb5를 통해 Nd6+를 통한 나이트-비숍 교환을 위협한다. 그때 흑이 교환을 허용하지 않기 위하여 5...d6를 두면 이를 시실리안 칼라시니코프 (Sicilian Kalashnikov)라고 한다.
양측이 나이트를 전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위의 포지션에서 백은 스베시니코프와 같이 N1c3로 Nd5 - Nc7+를 위협하거나, 또는 c4를 통해 마록지 바인드 폰 구조를 가져갈 수 있다.
백의 마록지 바인드를 허용한다는 것은 칼라시니코프의 분명한 단점이지만, 칼라시니코프는 스베시니코프와 달리 대부분의 경우 더블 f폰을 만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더욱 역동적이고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3) 2...e6 오픈 시실리안
e6를 두는 시실리안은 다른 오픈 시실리안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다. 가장 큰 차이점은 e6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d5를 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지고 어두운 비숍의 길이 열려있기 때문에 비숍의 전개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다른 오픈 시실리안과 비교했을 때 백의 마록지 바인드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e6 시실리안의 장점 중 하나는 2...d6의 안티 시실리안인 모스크바, 2...Nc3의 안티 시실리안인 로솔리모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e6 시실리안은 다른 오픈 시실리안에 비해서 이론의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다. 기물의 전개 또한 쉬운 편이다.
흑의 선택에 따라 바리에이션이 나뉘어지는데,
4...Nc6를 하면 시실리안 타이마노프 (Sicilian Taimanov),
4...a6를 하면 시실리안 칸 (Sicilian Kan),
4...Nf6로 5.Nc3를 두게 만들고 5...Nc6를 하면 시실리안 포나잇 (Sicilian Four Knights)이라고 한다.
이 이외의 수는 잘 두어지지 않는다. 이전에는 4...Nf6 5.Nc3 이후 흑이 5...Bb4로 나이트에 핀을 거는 시실리안 핀 (Sicilian Pin)이 또다른 하나의 갈래로 여겨졌는데 현재는 백이 6.e5와 7.Qg4로 대응하는 게 백에게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마스터 레벨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3-1) 시실리안 타이마노프 (Sicilian Taimanov)
러시아의 GM Mark Taimanov의 이름을 딴 오프닝이다. 흑 입장에서 초반에 흑킹이 안전하고 기물의 전개도 쉬운 편이기 때문에 초보자에게 권장되는 시실리안이기도 하다.
흑은 Nc6를 통해 중앙에 대한 컨트롤을 가져가며, 이후 Qc7으로 e5칸에 대한 컨트롤을 하기 때문에 d6 없이도 킹사이드 나이트 전개가 가능해지게 된다. 따라서 어두운 비숍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흑이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유연함을 갖는 오프닝이기도 하다.
타이마노프에서는 백이 마록지 바인드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은데, 왜냐하면 백이 5.c4를 했을 때 흑이 5...Nf6로 6.Nc3를 끌어당기고 6...Bb4를 하는 것이 괜찮기 때문이다. 마록지 바인드의 목적은 백이 영역적인 이점을 가져가 흑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인데 타이마노프에서는 흑이 불편하지 않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백에게는 타이마노프를 상대하는 다양한 전략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전략은 잉글리시 어택이다. 백이 퀸사이드 캐슬링 후 f3로 킹사이드 폰 스톰을 시작한다. 잉글리시 어택은 흑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공격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흑이 정확한 대응법을 알아야 한다.
3-2) 시실리안 칸 (Sicilian Kan)
소련의 IM Ilya Kan의 이름을 딴 오프닝이다.
시실리안 타이마노프와 달리 백이 마록지 바인드를 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는다. 하지만 a6를 두었기 때문에 타이마노프와 달리 백이 Nb5를 둘 가능성이 사라졌고, 흑이 Qc7를 했을 때 퀸이 바로 c파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b5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가진다.
이 때문에 시실리안 칸은 흑이 초반에 퀸사이드에서의 활동성이 높고, 이러한 특징이 타이마노프에서 유효한 전략이었던 백의 잉글리시 어택을 어렵게 만든다. 만약 백이 잉글리시 어택을 시도할 경우 흑은 Nf6와 Bb4, 그리고 d5를 통해 빠르게 퀸사이드를 압박하면서 유리한 포지션에 들어갈 수 있다.
Nc6로 중앙을 컨트롤하지 않고 수동적인 a6를 두었기 때문에 마스터 레벨에서는 타이마노프에 비해 선택률이 조금 떨어진다. 그럼에도 나이트의 전개를 미뤘기 때문에 흑이 유연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초반에 흑이 퀸사이드에서 가지는 주도권 때문에 백이 일반적인 시실리안처럼 퀸사이드 캐슬링 후 킹사이드 폰 스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킹사이드로 캐슬링한 후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포지셔널한 게임을 하게 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3-3) 시실리안 포나잇 (Sicilian Four Knights)
흑이 Nf6로 백의 Nc3를 끌어당긴 뒤 Nc6를 하는 것을 시실리안 포나잇이라고 하는데, 이는 2...Nc6에서 e6를 하는 형태로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2...Nc6는 3.Bb5 로솔리모를 허용하기 때문에 주로 2...e6를 통해 시실리안 포나잇으로 들어가는 형태가 흔하다.
흑이 두 개의 나이트를 모두 전개하고 Bb4를 통해 어두운 비숍을 전개하며 백의 중앙에 압박을 넣을 수 있다. 따라서 오픈 시실리안 중 굉장히 기물의 활동성이 좋고 초보자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몇몇 시실리안에서 문제가 되었던 e5칸이 잘 컨트롤되어 있고 d5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 백이 오프닝에서 큰 이점을 내기 어렵고 반대 방향 캐슬링이 잘 나오지 않아 백이 흑을 향해 위험한 공격을 펼치기 어렵다는 점, 기본적으로 e6 시실리안이기 때문에 로솔리모와 같은 복잡한 안티 시실리안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된다.
백은 6.Ndb5와 6.Nxc6 (익스체인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만약 다른 시실리안처럼 평범하게 비숍을 전개하는 수를 두면 흑이 아무런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6.Ndb5는 이후 메인 진행이 스베시니코프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흑이 로솔리모를 피하면서 스베시니코프를 하기 위하여 시실리안 포나잇을 선택하기도 한다.
시실리안 포나잇이 마스터 레벨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6.Nxc6를 한 이후 e5로 흑의 나이트를 밀어내는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이 백이 약간의 유리함을 가지고 이어나갈 수 있어 백의 승률이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라인들을 알아보았지만, 사실 여기에서 알아본 라인들은 시실리안 중에서 오픈 시실리안만을 다룬 것이다. 안티 시실리안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것까지 다뤄버리면 분량이 너무 많아질 것 같다. 괜히 시실리안이 초보자에게 추천되지 않는 가장 이론이 많은 오프닝인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시실리안 디펜스가 흑이 선택하는 오프닝임에도 불구하고 백의 관점으로 작성했는데, 그 이유는 주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게 백이기 때문에 백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고, 또한 시실리안을 쓰기 위해 배우는 것보다 시실리안을 상대하기 위해 배우는 쪽이 더 흔한 경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 내용에서 더 파고든다면 흑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이 낫겠지만, 개요 자체는 백의 관점으로 작성한 게 더 범용적이고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시실리안을 쓰게 된다면 이러한 방대한 오프닝 이론을 피할 수는 없게 된다. 쓰지 않을 것이라면 빠르게 단념하고, 쓸 것이라면 이왕 쓰는 거 잘 이해하고 쓰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다만 시실리안을 쓰지 않을 거라고 해도 시실리안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데, 1.e4를 두는 플레이어라면 언젠가는 시실리안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실리안에 대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오픈 시실리안을 공부해보는 게 유용할 것이다.
사실 이 방대한 이론을 피하고 싶다면 그냥 간단한 안티 시실리안인 2.c3 알라핀만 파고들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백으로서 오픈 시실리안으로 들어가 초반 주도권을 가지고 적극적인 싸움을 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쪽에 도전을 해볼 만하다. 잘 모르면 시실리안은 백으로 플레이할 때 가장 만나기 싫은 최악의 오프닝이 되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도가 쌓이면 오히려 백으로 시실리안을 상대하는 것이 즐거워지게 된다. 시실리안을 바라보는 각자의 시각이 어떻든 시실리안 디펜스는 개성이 넘치고 가능성이 넓게 펼쳐져 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오프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