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엔 피자가 있다

달의 뒷면엔 피자가 있다

crispypizzaman님의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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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엔 피자가 있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지구인이 아닌 '준오'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달 기지의 유일한 주민이었고, 지난 387일간 같은 메뉴, 그러니까 '우주용 영양 젤리 12호'를 먹고 있었다.
젤리 속엔 모든 영양소가 균형 있게 들어있었지만, 하나가 없었다.

맛.

그리운 건 단 하나였다. 피자.

고소한 치즈 향, 뜨겁게 녹아내리는 모짜렐라, 살짝 탄 가장자리, 입안에 퍼지는 토마토 소스의 감칠맛. 지구에서의 마지막 피자 한 조각은 아직도 그의 입천장 어딘가에 남아있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통신기가 이상한 신호를 잡았다.
“삐… 여기, 지구 외식연합 소속 '피자 드론 1호'입니다. 배달 요청 확인됨. 착륙 중입니다.”

“…뭐라고요?”

현관문을 열자, 진짜로 피자 박스를 들고 있는 작은 드론이 둥둥 떠 있었다.
“딜리버리 컴플리트. Enjoy your moon pizza.”

준오는 얼떨결에 박스를 열었다.
그 안엔 완벽하게 구워진 피자. 바질 잎 한 장이 멋을 냈고, 치즈는 아직도 줄을 그리며 녹아내렸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맛이야… 이건… 지구야…”

드론의 스피커에서 음성이 나왔다.
“※주의사항: 이 피자는 당신의 외로움을 일시적으로 완화하지만, 인생 전체를 구워내진 않습니다.”

준오는 웃었다.
“괜찮아. 지금 이 한 조각이면 충분하니까.”

그날 밤, 그는 기지 옥상에 누워 달의 뒷면을 바라봤다.
피자처럼 둥근 달.
그리고 그는 믿기 시작했다.
달의 뒷면엔, 누군가가 피자를 구워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