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 1. 무채색의 세계]

[Journey- 1. 무채색의 세계]

winfurlee님의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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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났지만, 긴장감은 그대로이다… 회색빛 하늘 아래, 한서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간간이 들리는 교복의 바스락거림, 하품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를 제외하면 완전한 적막이 감도는 교실이었다. 
“너희들이 수능 끝난 고 3이라도 되니?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니까, 열심히들 자습이나 해!”국어선생님의 말씀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므로, 그들은 묵묵히 책상, 책, 노트, 펜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저 밖의 세상은 늘 그랬듯이 무채색의 세계였다. 너무나 틀에 박히고 정적으로 된 나머지, 원래 깃들어 있던 고유의 색깔들을 잃어버린, 흑백의 세상. 적어도 서이는 그렇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서이의 마음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부글거림이 가시지 않았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닥쳐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이것이 정말 그녀가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 더 친구들과 친하기 지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후회, 자책감.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한데 뭉쳐 뜨겁고 부글거리는 이상한 감정의 응어리를 형성했다. 
1달째였다. 
그때 그녀의 책상에서 부웅하는 진동이 울려 교실의 적막을 깨뜨렸다. 의자에 앉아 졸고 계시던 선생님이 눈을 살짝 뜨더니 눈치를 주었다. 
“이 시간에 누구? 할머니인가?” 선생님이 눈을 다시 감은 것을 확인한 서이는 소리없이 발신인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완전히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이제안? 갑자기?’
어렸을 때부터 줄곧 같이 놀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교류가 뜸해진 친구, 이제안. 그럼에도 그녀는 그가 전혀 싫지 않았다. 
이 똑같고 반복적인 무채색의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다채로운 빛깔을 가진 추억으로 남게 해주는 몇 안되는 존재였으므로. 
‘재작년 겨울에 눈 쌓였을 때는 뜬금없이 새벽에 불러내서 눈사람 만들었는데. 다 큰 중 1들이 말야. 그래도 재밌었는데.’ 
그랬던 그가 갑자기 교류를 끊었다가 문자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반신반의하며 서이는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에 그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다시 디스플레이를 보아도 제안이가 보낸 문자는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듯, 딱 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방학 때 같이 여행 안 갈래?] 


혼란스러웠다. 
‘방학 때가 대입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시기가 될지도 모르는데? 무엇보다 걔가 그걸 더 잘 알 텐데, 왜지? 갑자기 여행이라니?’
그럼에도 제안이는 말 한 마디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서이는 떨리는 손을 붙잡고 간신히 문자를 보냈다. 


[부모님이랑?] 


그는 잠시 답장이 없었다. 


[아니, 우리 둘이.] 


그녀는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함께 여행가는 건 두렵지 않았다. 옛날에 몇번씩 당일치기로 놀러갔다 오기도 하고 그랬으니까. 그녀가 고개를 돌린 이유는, 여행을 간다면 그녀의 건조한 내면에 지금 드는 이 부글부글한 감정이 사라질 듯한 느낌,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므로 서이의 답변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좋아.]


창밖의 무채색의 세계가 언뜻, 잠깐이지만 빛을 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