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메이트 공격으로 6경기를 승리한 딩, 승부는 다시 원점

올해 세계체스연맹 월드 챔피언십에는 더 이상 '지루한 무승부'에 대한 불평을 들을 수 없습니다. GM 딩 리런과 GM 이안 네폼니아치는 6경기 동안 펀치를 주고받았고 그중 4경기에서 승부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딩이 승리할 차례였습니다. 그는 놀랍게도 런던 시스템을 오프닝으로 선택했고 상대의 부정확한 수를 이용해 유리한 위치를 점했습니다. 그리고 상대 킹을 노리는 체크메이트 그물을 만들며 네폼니아치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6경기 후 승부는 3대 3 동점이 되었습니다. 7경기는 4월 18일 화요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딩이 지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플레이할지 아니면 더 회복을 위해 무승부를 원할지에 대한 추측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딩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강제 수순은 아니지만 승리의 가능성이 있는 포지션"을 원했습니다.

경기가 1.d4 Nf6 2.Nf3 d5로 시작하자 해설자 하웰은 "확실히 런던 시스템으로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딩은 비숍을 f4 칸으로 전개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런던 시스템이 처음으로 플레이된 순간이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놀라지 않았고 기자회견에서 "한 경기 정도에서는 나올 수 있다고 이미 예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Today's game six in the #NepoDing match is the first time ever that the London System was played in a world championship. I did spot a 'reversed London' in two games: 1.d4 d5 2.Nf3 Bf5 (Botvinnik-Keres, 1948 and Botvinnik-Smyslov, 1954). pic.twitter.com/nQtEOr9X6D

— Peter Doggers (@peterdoggers) April 16, 2023

네폼니아치는 비교적 많이 두어지지 않은 수순인 6.Bf5로 응수하며 딩을 놀라게 했고 그가 다음 수를 선택할 때까지 시간을 쓰도록 만들었습니다. 경기 양상은 천천히 기물의 위치를 잡는 싸움으로 진행됐고, 런던 시스템의 대가로 알려진 GM 가타 캄스키는 타이틀 튜스데이에서 비슷한 양상의 경기를 줄곧 해왔습니다.

칼즈배드 폰 구조가 반대로 된 형태는 딩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안전지대였고 네폼니아치는 금방 시간에서 뒤처졌습니다.

네폼니아치가 딩의 12.Ne5에 시간을 쓰기 시작했자 직전 수인 11...h6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해설자 기리는 나이트 침투에 대비해서 포크에 당하지 않는 Qc7이 오히려 좋은 수였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좋은 나이트 vs 나쁜 비숍'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나이트를 e7 칸으로 이동시켜야만 했고, 그는 이후 13...a6와 14...Nd7라는 부정확한 수를 두며 포지션을 약화시켰습니다. 딩은 16.a5로 흑의 어두운색 칸을 공략하고 나이트를 c5 칸 전초기지에 배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포지션을 확보했습니다. 

딩은 h 폰을 전진하기 전 스스로가 "유용한 기다리는 수"라고 말한 18.Ra3를 두고 퀸 교환까지 요청했습니다. 중앙 폰 전진을 위해 네폼니아치는 퀸 교환을 피했고 딩은 상대가 a5 폰을 잡을 것을 대비해 포지션을 복잡하게 만드는 21.h4를 선택했습니다.

네폼니아치가 22...e5를 두었을 때 딩은 오래 생각하지 않고 23.Rb3로 응수했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딩은 그것이 원래 계획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Rb3 대신 b4를 플레이하는 것이 더 좋았을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 포지션은 일방적이었고 상대에게 반격의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e5, Ne5 이후에 흑에게도 기회가 생겼습니다." 

해설자들 역시 딩의 선택에 놀랐습니다. 그가 선택한 복잡한 싸움보다 차분한 포지션 이점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더 어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반격의 기회를 잡은 네폼니아치는 수를 빠르게 두며 시간에서 딩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수를 빠르게 두는 그의 전략은 그가 포지션을 동등하게 만들 수 있는 27...Rxe5를 놓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This time Nepomniachtchi's speed works against him, since it turned out he had a nice tactical resource after 27...Rxe5! Instead he goes for 27...Bc2?!#NepoDing #c24live pic.twitter.com/twl4yzMJ8C

— chess24.com (@chess24com) April 16, 2023

경기 후 네폼니아치는 자신이 27...Rxe5를 놓쳤고 27...Bc2 역시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27...Bd3를 두었다면 대등하지는 않더라도 최소 무승부까지는 노려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시간 관리는 이번 대결에서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네폼니아치는 수를 너무 빠르게 두는 반면 딩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인내심 부족으로 수를 빠르게 두는 것이냐는 질문에 네폼니아치는 "그런 것은 아닙니다."라고 일축하며 "한 경기에서 나쁜 수를 너무 많이 뒀습니다. 최악의 경기 중 하나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딩은 전술적으로 훌륭한 29.Nd6를 찾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습니다. 추가 시간을 받기까지 9수가 남은 상황에서 네폼니아치에게는 53분이 있는 반면 그의 시계에는 20분만 남았습니다. 딩에게는 계속해서 이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가해졌는데 네폼니아치가 31...Kh7이라는 좋은 수비를 하기까지 휴게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그에게는 반가웠을 것입니다. 

Ding Liren's 29.Nd6 was a brilliant move and he has a clear advantage on the board!! #NepoDing

Can you spot why Nepo didn't take the knight? 🧐 pic.twitter.com/GIZN3lHVHZ

— Chess.com (@chesscom) April 16, 2023

컴퓨터는 31...Kh7 이후에도 백이 유리하다고 평가했지만 해설자 기리는 여전히 포지션이 복잡해서 딩이 승리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수를 빠르게 두면서 딩은 '인간적이지 않은' 32.Qe1을 놓치고 32.Rc5를 선택했습니다. 네폼니아치가 수비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c3 폰을 잡는 대신 그는 Qc1으로 백 킹을 체크했습니다. 백은 지체없이 33.Kh2를 두고 추가 시간까지 한 걸음 더 가까이 갔습니다.

Ding missed a strong chance to retain big advantage and our commentator @anishgiri felt that Nepomniachtchi may save the game! #NepoDing

Nepomniachtchi returned the favor as he made a mistake on the very next move with 32...Qc1+.

Watch: https://t.co/pJhlWXLBt8 pic.twitter.com/WTJUep6Dkr

— ChesscomLive (@ChesscomLive) April 16, 2023

흑이 a 폰을 밀며 반격의 기회를 찾았지만 딩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남은 시간의 7분을 사용하여 35.Nxc4를 계산했습니다. 그는 나머지 수를 컴퓨터와 같은 정확도로 빠르게 두었습니다. 딩의 팬들은 그가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유지하며 추가 시간을 받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추가시간을 받은 후 딩은 다음 수에 20분을 사용했고 마침내 41.d5를 선택했습니다. 컴퓨터는 41.Rb7!!을 최선의 수로, 41.Ng6+를 차선의 수로 평가했지만 그가 둔 것 역시 잠재적으로 체크메이트 그물을 만드는 좋은 수였습니다. 

Test your visualization skills with this variaton:

41. Rb7 a2
42. Rb8 a1=Q
43. Rxf8+ Kh7

How does White finish off the game in this variation? #NepoDing pic.twitter.com/QNA8qi2IET

— ChesscomLive (@ChesscomLive) April 16, 2023

White is making progress while getting more time after reaching move 40. The key is to park his knight on g6. Black has to take then recapture with the h pawn. This way back rank will be a serious problem —> winning endgame. #NepoDing #WorldChessChampionship pic.twitter.com/4uLLF3nf1R

— Susan Polgar (@SusanPolgar) April 16, 2023

네폼니아치는 폰 승진을 위해 a 폰을 계속 밀었고 눈에 띄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돌아온 딩은 42.Qc7로 응수했습니다. 해설자 기리는 백의 승리 수순을 찾지 못했고 그의 퀸 희생 계획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천재적인 계산'이라고 말했습니다.

딩은 그것이 '천재적인 경기'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d5에 이은 Qc7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반격에 성공해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것이라는 기리의 예상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44.Qf7 이후 체크메이트를 피할 수 없자 네폼니아치는 기권했습니다.

아래는 체스인사이드 성진수의 경기 분석 영상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꽤 많은 경기가 일방적으로 진행됐지만 한 선수가 승리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기리는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과 장점이 다른 것이 '비대칭적인 균형'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이 정도로 승부가 갈린 월드 챔피언십은 없었습니다. 6경기 중 4경기에서 승부가 갈린 것은 1998년 카르포프 vs 아난드, 1996년 카르포프 vs 캄스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승부가 많이 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네폼니아치는 "다른 날 물어보세요."라 답했고, 딩은 웃음을 보이며 자신들이 매그너스 칼슨만큼 프로가 아니기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경기가 이른 시점부터 이미 컴퓨터로 준비된 오프닝 수순에서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대결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인트 컨트롤 또한 중요해졌습니다. 딩은 5경기 패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자신의 회복력에 대한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그는 일요일 6경기 오프닝의 목표가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을 잡는 것과 패배 이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딩은 또한 6경기 내내 몸 상태가 좋은 것을 느꼈고 "어제의 패배에 그렇게 영향을 받은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해설자들이 그의 흑 오프닝 레퍼토리에 우려를 표하는 만큼 그가 대결에서 치가 나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가 쓰러지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네폼니아치는 패배 이후 화가 난 것처럼 보였고 기자회견에서 가혹한 자기비판과 함께 자신의 수가 얼마나 나빴는지 반복해서 언급했습니다. 과신이 패배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그는 "긴장이 높고 때로는 최고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변을 일축했습니다.

그는 이미 이번 대결에서 패배 이후 반격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상대보다 월드 챔피언십 경험이 더 많습니다. 그는 회복을 위한 휴일을 맞이합니다. 6경기가 이번 월드 챔피언십의 전환점이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승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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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폼니아치, 5경기에서 딩을 압도하며 다시 리드 확보
• 딩 리런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4경기를 가져오며 승부는 원점
• 3경기를 무승부로 끝낸 딩과 네폼니아치
• 네폼니아치, 딩의 참신함을 잘 해결하며 2경기에서 승리
• 1경기에서 이점을 가지고 압박한 네폼니아치, 잘 수비한 딩 리런
• 역대 세계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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