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요약: 네폼니아치의 고도의 다전제 판짜기 전술
사실 월드 챔피언십 1라운드는 무승부로 한다는 것이 통념입니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탐색전 위주로 흘러가는데, 네폼니아치는 탐색전을 할 생각이 적었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마이너한 조커픽을 꺼내 들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1. 자신감 표출: 앞에서 말했듯이 1라운드는 탐색전 위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탐색전을 깨고 자신이 준비한 카드를 보여 준다는 것은 자신감의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거 준비해 왔는데 너는 이거 나올 줄 몰랐지?"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Re1 이후에 딩 리런은 시간을 많이 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네폼니아치는 최근 월드 챔피언십 경험이 있기에 더욱 자신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2. 상대의 멘탈 흔들기: 딜레이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을 본 딩 리런(어쩌면 그의 팀도)은 당황했을 것입니다. 이 오프닝은 마스터 레벨에서는 많이 두어지지 않고, 특히 Re1 라인은 5%만 둘 정도로 마이너한 라인인데요, 따라서 딩 리런이 이를 준비해 왔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오프닝을 쓸 것이라 예상했다 하더라도 1라운드부터 사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가 힘들죠. 또한 이 라인의 사용 가능성으로 인해 딩 리런은 흑으로 루이 로페즈를 상대하기를 망설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네폼니아치 입장에서는 백으로 1. e4를 두는 순간 루이 로페즈 딜레이 익스체인지로 들어갈 것이냐, 아예 다른 라인(이탈리안 등)으로 틀 것이냐, 루이 로페즈의 다른 라인으로 들어갈 것이냐의 선택지를 갖기에 그야말로 꽃놀이패가 됩니다. 어쩌면 딩 리런은 1... e5 자체를 망설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3. 쇼맨십: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이 루이 로페즈로 비기더라도 많이 나오는 안티 마샬 라인이라든지, 베를린 무승부 같은 라인으로 무승부를 하는 것보다, 이번 1라운드처럼 손에 땀을 쥐는 플레이 끝에 무승부를 하는 것을 더욱 선호할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승부를 이른 시점에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대회 흥행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