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무승부로 큰 압박에 놓인 딩 리런

2023 세계체스연맹(FIDE) 월드 챔피언십 11경기에서 GM 딩 리런이 GM 이안 네폼니아치를 상대로 빠른 시간에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이제 모든 시선은 딩이 수요일에 백으로 하는 경기를 향하고 있습니다. 

11경기의 전장은 네폼니아치가 딩을 꺾었던 2020 도전자 결정전과 같은 루이 로페즈였습니다. 하지만 딩은 충분히 준비된 모습을 보였고 경기는 금세 동등해졌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승점 6대 5로 1점 차 리드를 유지했고 딩은 남은 3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월드 챔피언십 12경기는 4월 26일 수요일 오후 6시(한국시간) 시작합니다.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중심부이자 이심 강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웅장한 세인트 레지스 호텔은 새로운 세계 챔피언이 탄생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선수들은 월요일에 익숙한 복장으로 경기장에 입장했습니다. 딩은 푸른 계열의 차분한 톤의 정장을 입었고 네폼니아치는 패턴이 있는 회색 정장에 산호색 셔츠를 입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자신이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는 마지막 승리가 있었던 7경기부터 지금까지 5경기 동안 같은 색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6경기 이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딩은 네폼니아치의 수비를 뚫어야 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딩이 10경기에서 거의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을 때, 해설자로 나선 GM 파비아노 카루아나는 "지금 시점에서 딩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체스가 아닙니다. 그에게는 혼란과 혈투가 필요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몇 경기 동안 네폼니아치는 철저한 준비로 원하는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세계 챔피언에 걸맞은 모습과 대결에서의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11경기에서 그는 다시 딩의 1...e5에 맞서 루이 로페즈를 꺼내들었습니다. 한편 딩은 "시실리안 디펜스를 꺼내들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라며 1...e5를 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 챔피언 GM 비스와나탄 아난드는 트위터에서 딩이 루이 로페즈를 편하게 느낀다는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Ding's main opening, the one he is more at home with than any other @FIDE_chess #nepoding

— Viswanathan Anand (@vishy64theking) April 24, 2023

8수가 지난 후 포지션은 지난 2020 도전자 결정전에서 나온 경기와 동일해졌습니다. 딩은 그것이 '나쁜 기억'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때 경기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과 다르게 네폼니아치가 대회 선두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백으로 더 '위험한' 선택을 했고 승리를 따냈습니다.

조금 다른 수순과 10번째 수에서 틀어 10...Be6로 경기를 풀어간 것에서 미루어 딩은 이 라인에 준비가 된 듯 보였습니다. 14수에 두 선수는 이전까지 마스터 경기에서 나오지 않은 영역에 발을 들였고 더더 시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5.Ng5는 네폼니아치의 흥미로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는 나이트와 비숍 교환이라는 불균형을 만들어 승리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줬습니다. 해설자들은 백이 킹사이드 폰을 전진시켜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Freddie the f-pawn is all set to join the game! #NepoDing pic.twitter.com/QTo6TEfOEY

— ChesscomLive (@ChesscomLive) April 24, 2023

12분 동안 생각한 후 딩은 '측면 공격은 중앙에서 받아친다.'라는 체스 원칙에 따라 15.c5를 두었습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가 "오프닝에서는 백이 항상 약간의 유리함을 가진다."라고 언급했기에 가능하다면 안전한 엔드게임을 만들 생각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네폼니아치가 기물 교환을 시작하면서 경기가 강제 수순으로 들어가자 딩의 바람은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엔드게임에서 백은 잠시나마 폰을 하나 잡아냈지만 더블 e 폰은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선수들은 수를 빠르게 두기 시작했습니다.

24...Rxb2 이후에는 무승부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폰이 3개 남은 룩 엔드게임에서 백이 폰을 하나 잡아내며 주도권을 가져가는 듯 보였지만 딩은 상대의 e 폰을 위협하며 39수에 반복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크베르트 타라시의 "모든 룩 엔드게임은 무승부다."라는 명언이 또 한 번 적용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래는 체스인사이드의 경기 분석 영상입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월드 챔피언십에서 리드를 잡은 선수는 대개 견고하게 플레이해서 리드를 지키는 전략을 많이 사용했지만, 네폼니아치가 11경기에서 백으로 보여준 전략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네폼니아치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목표는 무승부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기물을 모두 교환하게 된 것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14경기 이전에 승리를 확정하고 싶다는 의도를 내비쳤습니다.

딩은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지난 2022 도전자 결정전에서 보여준 대역전극을 언급하며 역전의 가능성을 얘기했습니다. "아직 3경기나 남았습니다. 저는 도전자 결정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네폼니아치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중 하나는 그가 한때 온라인 게임 '도타(DotA)'에서 준 프로 경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그가 여전히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네폼니아치는 쓴웃음을 지으며 "여기서는 게임을 할 여유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휴일인 화요일에 네폼니아치는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딩의 필살기에 대한 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이번 FIDE 월드 챔피언십에서 12경기는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입니다. 딩은 마지막 정규 경기인 14경기까지 미루지 않고 백으로 경기하는 수요일 경기에서 동점을 만들기 위해 전략을 꺼내들 것입니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승부가 될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질 것이므로 선수들은 이 경기에 사력을 다할 것입니다.

딩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인 12경기를 수요일에 실시간으로 시청하세요.

승점표

2023 FIDE 월드 챔피언십은 차기 세계 챔피언을 결정하는 올해 가장 중요한 오프라인 클래시컬 대회입니다. 이안 네폼니아치와 딩 리런이 현 세계 챔피언 칼슨이 타이틀 방어를 포기하고 떠난 체스의 왕좌를 놓고 대결을 펼칩니다. 이번 대회의 총상금은 2백만 유로(약 28억 원)이며 14경기에서 7.5점을 선취하는 선수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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