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시 기리, 11라운드에서 승리하며 선두 바짝 추격

세계체스연맹 도전자 결정전(FIDE Candidates Tournament) 11라운드에서 GM 아니시 기리(Anish Giri)가 GM 딩 리런(Ding Liren)을 꺾으며 단독 2위로 올라섰습니다. GM 이안 네폼니아치(Ian Nepomniachtchi)는 GM 파비아노 카루아나(Fabiano Caruana)와 무승부를 거두며 0.5점 차 리드를 유지했습니다.

GM 막심 바시어-라그라브(Maxime Vachier-Lagrave) GM 알렉산더 그리스추크(Alexander Grischuk)에게 패하며 순위가 내려갔고, GM 키릴 알렉신코(Kirill Alekseenko) GM 왕 하오(Wang Hao)는 승점을 나눠가졌습니다.

오늘 대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대회 1위와 공동 2등의 대결이었던 네폼니아치 vs 카루아나였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기는 백의 3번째 선택에 따라 싱겁게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네폼니아치는 1.e4 e5로 시작한 경기에서 4나이트 스카치 오프닝을 꺼내 들었습니다. 카루아나는 모던 라인인 9...Bg4로 응수했지만 경기가 단순해지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퀸과 룩만 남은 상황에서 카루아나가 23수에서 약간 부정확한 수를 두며 위기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카루아나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저는 네폼니아치에게 2가지 선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복잡한 싸움을 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승리할 기회는 낮지만 안전한 포지션을 잡는 것입니다. 제가 경기를 잘 풀어내지 못하긴 했지만 이 오프닝 라인은 99% 무승부가 확실합니다. 경기에서 약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네폼니아치는 룩 엔드게임에 관해 "솔직히 큰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라고 말하며 오프닝 선택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대회 전략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사실 카루아나가 시실리안이나 다른 공격적인 오프닝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기에서는 몇 가지 아이디어들을 섞어서 사용했습니다." 

카루아나는 1...e5로 응수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만약 이 경기가 마지막 라운드였다면, 저는 당연히 1.e4 e5보다 더 공격적인 오프닝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3라운드나 더 남아 있고, 저는 '왜 배수진을 쳐야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라운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왜 배수진을 쳐야 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비아노 카루아나

아니시 기리는 11라운드에서 승리하며 네폼니아치를 0.5점 차로 바짝 쫓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시 기리에게  공동 1위는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타이브레이크인 승자승에서 네폼니아치에게 밀리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아니시 기리는 네폼니아치 보다 0.5점 더 많은 승점을 얻어야 합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그가 언급한 것처럼 3점, 4점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2점을 얻는 것이 우선이고, 오늘 아니시 기리는 그 첫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특히 오늘 아니시 기리가 미들게임 후반부에 보여준 경기력은 대단했지만, 그는 자신의 오프닝과 미들게임 전반부에서 경기력은 대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몇 사람들이 멋진 경기라고 저에게 말했지만 저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제가 아니라 상대였습니다."

그는 루이 로페즈에서 비숍을 a4 칸으로 후퇴한 후 c6 나이트를 잡는 늦춰진 익스체인지 바리에이션(Delayed Exchange Variation)을 선택했습니다. 이 결정은 흑이 e5 폰을 지키기 까다롭도록 비숍을 e7 칸으로 전개한 것을 본 후 내렸습니다. 

기리는 이 오래된 오프닝을 현대에 연구되어 많이 사용되는 안티-베를린 디펜스의 Na5와 섞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는 흑이 퀸사이드 캐슬링을 이용해 킹으로 b7 폰을 지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것을 고려했어야 했습니다. 왜냐면 매우 합리적인 수 이니까요." 

경기는 백에게 무난하게 흘러갔지만 딩 리런의 17...f5!로 상황이 변했습니다. 기리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그는 큰 압박을 받았지만 흑이 20...g4로 백의 대응을 놓치며 경기는 다시 백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이후에는 백의 공격 일변도였습니다. 기리는 주도권을 잡고 멋진 스타일로 상대를 몰아붙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나이트 희생이 실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바보 같은 희생 전술을 해왔지만 오늘 것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저의 킹은 안전했고 백이 경기를 풀어가기 쉬운 상황이었으니까요. 흑은 저의 나이트를 잡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통받을 때는 고통을 원하기도 하니까요."

그동안 많은 바보 같은 희생 전술을 해왔지만 오늘 것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아니시 기리

바시어-라그라브는 2번째 패배를 당하며 자신의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경기가 날카로운 시실리안 디펜스로 진행된 것에 만족했겠지만 그곳에서 물 만난 물고기는 바시어-라그라브뿐만 아니라 그리스추크도 있었습니다. 

그리스추크는 킹사이드에서 공격을 시작했고 바시어-라그라브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폰이 f5 칸까지 도달하자 백의 유리함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바시어-라그라브는 31...Rd4! 등 끈질긴 수비를 보여줬지만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스추크는 이 승리로 바시어-라그라브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습니다. 확률이 높지 않지만 그에게도 우승의 기회가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물론 아주 작은 이론적인 확률이라도 있다면 계속 싸울 것입니다."

바시어-라그라브는 "내일 다시 돌아와서 체스를 할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상관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1라운드에서 가장 늦게 끝난 것은 알렉신코와 왕 하오의 경기였습니다. 오프닝에서 왕 하오가 빠른 ...g5를 두며 불꽃이 이는가 싶었지만 경기는 꽤 오랜 시간 차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왕 하오는 곧장 수를 반복하지 않고 다른 기회를 노려봤지만 무승부를 늦추는 것 외에 다른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는 "조금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1라운드 이후 순위표

(Tiebreaks: 1. Mutual score, 2. Number of wins, 3. Sonneborn-Berger.)

12라운드 대진 (토요일): Caruana - Giri, Ding - Grischuk, Vachier-Lagrave - Alekseenko, Wang - Nepomniachtchi. 

지난 기사:

• 세계체스연맹 도전자 결정전 10라운드: 네폼니아치 빠른 승리로 2위와 격차 벌려
• 아니시 기리, 왕 하오를 잡아내며 공동 2위 진입
• 잘 준비된 전략을 꺼내 든 파비아노 카루아나, 엔드게임에서 MVL에 승리
• 이안 네폼니아치, 왕 하오 선수 2020 도전자 결정전 1라운드 승리
• 도전자 결정전 2라운드: 4명의 선두, 딩 리런 선수 2패
• 도전자 결정전 3라운드: 딩 리런 선수, 카루아나 선수를 상대로 승리
• 도전자 결정전 4라운드: 승리의 기회를 놓친 바시어라그라브 선수
• 이안 네폼니아치, 왕 하오 선수를 상대로 승리하며 단독 선두
• 도전자 결정전: 네폼니아치 선수 선두, 기리 선수 첫 승
• 바시어라그라브, 네폼니아치를 잡아내며 FIDE 도전자 결정전 선두 차지